[2017] 조선일보ㅣ애인ㅣ유수연 신춘문예

애인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 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 유수연 저
- 2017 신춘문예 당선시집ㅣ문학세계사ㅣ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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