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아가리 속 붉은 혓바닥에 탑을 쌓는다ㅣ김성규 시집

아가리 속 붉은 혓바닥에 탑을 쌓는다


 입을 벌린 강둑에서 흙탕물이 흘러나온다
 언젠가 사내가 뛰어들어 팔을 허우적거리던 곳
 구경나온 사람들이 웃으며 소리지르던 강둑

 머리통만한 비닐봉지가 떠내려온다
 흙탕물에 온몸이 감겨 칡넝쿨 같은 팔을 뻗어올리던 사내

 비명을 지르면 손바닥까지 삼키던 아가리
 아이들이 웃으며 돌을 던진다
 허물을 벗으며 꿈틀거리는 물줄기에 쓸려
 누구나 뒤엉키고 허우적거리던 한때였지요

 하늘로 뻗어올라가던 나무들이 멱살 잡혀 끌려가고
 살을 찢고 나온 고름 흘러가는 강을 따라
 헤어나올 수 없을 때까지 걸어들어간 사내
 잠겼다 다시 떠오르는 머리통을 본다
 
 사내의 몸을 핥던 혓바닷이 이렇게 넓을 줄이야
 시체를 찾아 뿌리 내리던 나무들아
 물이 빠지면 썩은 잇몸마다 씹고 있던 진흙을 뱉어내어라

 강둑을 따라 거대하게 벌어진 산맥 사이로
 죽은 달의 빛깔로 쉬지 않고 해는 뜨고
 주름을 늘이며 수위를 높이는 돌멩이
 아가리 속 붉은 혓바닥에 탑을 쌓는다


- 김성규 저
-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창작과비평사ㅣ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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