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겸상ㅣ김성규 시집

겸상(兼床)


 할머니랑 손을 잡고
 천장에서 춤을 춘다

 밥그릇에서 솟는 김을 타고
 할머니가 둥실
 누워 있는 내 몸도 둥실
 장판위에 널려 있는 장갑도
 튿어진 바지도 신이 나서
 모두모두 춤을 추면
 내 다친 무릎을 쓰다듬는 할머니
 괜찮아요 괜찮아!
 밤새도록 박수치는 늙은이와
 밤새도록 노래하는 어린 아이
 방 안을 엿보려고
 유리창에 거지떼처럼 매달린 어둠도
 썩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날
 생일상의 미역국이 펄펄 끓는다

 죽은 할머니가 머리맡에
 한상 가득 허기를 차려놓으신다


- 김성규 저
-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창작과비평사ㅣ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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