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거식자ㅣ김성규 시집

거식자


 끌려다니며 죽을 수도 있었으리
 더디게 찾아왔지만,
 기억은 길거리로 달려가 소리지르고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들
 자기 그림자를 보고 멈칫거린다
 곡식을 쓸어올리던 바람이 하늘로 빠져나가고
 오랫동안 방문을 걸어잠근 사람들
 창문을 더욱 꼭 닫아둔다
 성장은 쓸모없는 향수와도 같아
 살가죽을 뚫고 나오려는 실핏줄이
 사내의 몸을 휘감고 조용히 몸부림치는 오후
 며칠째 눌러붙은 밥덩어리와
 반찬찌꺼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며
 살 수도 있었으리 오몸 신열 앓으며,
 주택가 골목 아이들은 뛰어나와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하루하루 자신의 영혼을 파먹으며
 잠 속에서 그는 더욱 살이 오른다
 태어나 세상에 남길 것은
 몸뚱이뿐이라는 듯 아무리 날아도
 벗어날 수 없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날갯짓하는 새들
 굶주린 사내의 귓바퀴를 발톱으로 움켜쥐고
 달팽이관에 상처 없는 알을 낳는다


- 김성규 저
-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창작과비평사ㅣ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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