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
칼에 밴 너의 손가락을 핥는다
목구멍에 걸리는 고기냄새
둥근 솥에서 고깃덩이를 건지고
너는 내 앞에 앉는다
고깃덩어리에서 무럭무럭 김이 피어오른다
부풀어오른 너의 배를 만지며 나는 침묵한다
내일은 커다란 짐슴을 물어오리라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비린내가
너를 허기지게 만든다
근육은 긴장하고
나의 이빨은 초식동물을 기다릴 것이다
사슴의 목을 찢어놓으면 샘솟는 피,
따듯한 피를 마시며
뱃속의 새끼는 꼬물거릴 것이다
사내아이 낳으리라 다 자라도
응석을 부릴 것이므로 너는 커다란 젖으로
두마리의 짐승을 길러야 한다
시체로 가득 찬 너의 뱃속
새끼가 숨을 몰아쉰다 기름 심지를 누르고
너의 몸에 새겨진 흉터를 핥는다
으르렁거리던 두 마리 짐승,
잠에 취한 그림자가 천장에서 춤을 추고
칼자루마다 새겨진 사슴의 무리
방안을 튀어다닌다
뱃속의 아이가 발길 질을 시작한다
- 김성규 저
-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창작과비평사ㅣ2008년 5월
칼에 밴 너의 손가락을 핥는다
목구멍에 걸리는 고기냄새
둥근 솥에서 고깃덩이를 건지고
너는 내 앞에 앉는다
고깃덩어리에서 무럭무럭 김이 피어오른다
부풀어오른 너의 배를 만지며 나는 침묵한다
내일은 커다란 짐슴을 물어오리라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비린내가
너를 허기지게 만든다
근육은 긴장하고
나의 이빨은 초식동물을 기다릴 것이다
사슴의 목을 찢어놓으면 샘솟는 피,
따듯한 피를 마시며
뱃속의 새끼는 꼬물거릴 것이다
사내아이 낳으리라 다 자라도
응석을 부릴 것이므로 너는 커다란 젖으로
두마리의 짐승을 길러야 한다
시체로 가득 찬 너의 뱃속
새끼가 숨을 몰아쉰다 기름 심지를 누르고
너의 몸에 새겨진 흉터를 핥는다
으르렁거리던 두 마리 짐승,
잠에 취한 그림자가 천장에서 춤을 추고
칼자루마다 새겨진 사슴의 무리
방안을 튀어다닌다
뱃속의 아이가 발길 질을 시작한다
- 김성규 저
-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창작과비평사ㅣ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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