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5월에, 5월에 뻐꾸기가 울었다ㅣ김성규 시집

5월에, 5월에 뻐꾸기가 울었다


 열쇠로 방문을 연다

 구불거리는 밭고랑이 펼쳐진다 밭둑에 서서
 웃고 있는 어머니,
 바짓가랑이에 묻은 진흙덩어리가 햇볕에 반짝인다
 이제 저를 기다릴 필요 없어요 웃을 때마다
 진흙 사이로 신발이 빠져들어간다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너는 나를 찾아오는 거야
 밭고랑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숲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자지 않을 수 있어요?
 대답도 없이 내 손을 잡고 어머니가 일어선다
 밭고랑을 넘어가는 개미 허리에 햇살이 감기고

 하늘로 새들이 날아오른다 언제나 네 앞에
 나타날 수 있어 이곳은 집으로 가는 길,
 저렇게 가는 허리로 어떻게 감자를 이고 갈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비슷해 개미가 어디에서나 살 듯이,

 좀 자고 싶어요, 흙탕물에 개미 한 마리가
 머리를 쑤셔박고 졸고 있다
 아무리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
 죽은 나무에서 줄줄이 벌레가 기어나오듯
 눈물이 사내의 얼굴에 흘러내린다

 방 안에 걸어다니는 사내,
 구물거리는 이불 위에서 며칠째 부패하는 음식물들
 개미들이 기어와 새카맣게 접시를 덮는다
 뱀을 보고 놀란 새우처럼 우는 뻐꾸기시계
 자루처럼 허리가 꺾인 어머니
 아들의 손을 잡고 놓아지지 않는다
 

* 보르헤르트(W. Borchert)의 소설 제목.



- 김성규 저
- 너는 잘못 날아왔다ㅣ창작과비평사ㅣ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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